영화 <인 디 에어>가 남긴 인생철학 얘기는 다른 수많은 블로거에게 맡긴다. 지금 말하고 싶은 건, 조지 클루니의 여행 스타일이다. 그에겐 남다른 여행 스타일링 노하우가 있다. 그가 고른 물건에 답이 있다.
첫째, 날쌘 트롤리. 언젠가 바퀴는 커녕 어깨 끈도 없는 가방을 들고 출장을 갔다가, 어깨도 없어질 뻔한 적이 있었다. 공항에서 멋은 사치다. 긴 여행이 아니라면, 튼튼한 기내용 소프트 케이스 트롤리로 해결한다. 무겁지 않고 쉴 새 없이 끌고 다녀야 하니, 인라인 스케이트처럼 날쌘 바퀴 두 개면 충분하다. 조니 클루니가 고른 건, 검정색 트래블프로 트롤리다. 지금은 살 수 없는 옛날 모델이다. 아무리 협찬이라고 해도, 1천만 마일을 넘긴 베테랑 여행가가 신제품을 쓰는 건 이상하니까.
둘째, 슬립온 혹은 로퍼. "아시아인들은 끈 없는 신발을 선호하지"라는 그의 대사는 일리있는 얘기다. 아무리 남성 패션지에서 '신사 구두의 정석은 레이스업 슈즈'라고 떠들어도, 대한민국 회사원들은 로퍼를 사랑하니까. 불편함을 감수하며 신사로 사는 대신에, 구두에서 슬리퍼로 갈아 신는 시간을 줄이고 싶으니까. 조지 클루니는 그 효율성을 공항에서 적용한 거다. 사실, 로퍼는 그의 룩에서 가장 '깨는' 부분이다. 무너진 스타일을 만회하는 묘안은, 검색대를 통과할 때를 대비한 귀여운 양말이다. 영화 속에서 로퍼를 벗는 장면을 주목할 것.
셋째, 가죽 타이 케이스. 이처럼 시간을 금쪽같이 여기는 조지 클루니도 여유를 즐기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브룩스 브라더스 매장의 타이 코너다. 항상 똑같은 미국식 수트와 셔츠를 입는 그에게 가장 중대한 스타일링 포인트는 타이니까. 구겨진 재킷보다 펴기 힘든 게 실크 타이란 건, 겪어본 사람만 안다. 그만큼 타이 관리에도 신경을 쓴다. 신중히 고른 타이를 가죽 타이 케이스에 넣는 걸로 그의 짐싸기는 마무리 된다. 그가 고른 타이 케이스 역시 브룩스 브라더스다.
Leathet Tie Case, Brooks Brothers.
그리고, 그 밖의 것들. 좋은 시계. 오메가 홍보 대사인 만큼, 오메가 드빌 아워 비전을 시종일관 차고 있다. 41mm 빅사이즈 다이얼은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만들어서, 얼핏 소매 사이로 드러날 때마다 빛이 난다. 그리고, 높은 고객 충성도. 줄을 서지 않고 카드를 긁는 것만으로 수속이 끝난다는 것. 공항에서 멋 부리는 건, 이거 하나면 끝이다. 끝내 1천만 마일지지로 최고 등급에 오르지만, 실제론 없는 등급이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최고 멤버십 등급은 플래티넘으로, 2백만 마일리지를 넘기면 오를 수 있다. 그게 최고냐고? 2백만 마일리지로도 세계 일주를 네 번이나 할 수 있다.
De Ville Hour Vision, Omega.
단, 이 스타일링 노하우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뭘 해도 멋진, '조지 클루니'의 노하우라는 것.